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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봉산 / 2편
    ★산행사진/지방 산행 2008. 10. 24. 08:12

     

     

     

     

     

     

     

     

     

     

     

     

     

     

     

     

     

     

     

     

     

     

     

     

     

     

     

     

     

     

     

     

     

     

     

     

     

     

     

     

       

     

      

     

     

     

     

     

     

     

     

     

     

     

     

     

     

     

     

    오봉산 (청평사/소양호) / 2편

     

    급경사의 하산길로 청평사에 도착합니다.

    오봉산을 뒤로한 청평사.

    보물 164호의 회전문이 있어 더욱 유명하고

    상사뱀의 전설로 많이 알려진

    만추의 고즈넉한 청평사가 힘겹게 오봉산을 거쳐온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맞아 줍니다.

     

    보호수로 지정되여 있는 노란 은행잎과 은행이 알알아 여물어가는

    고목의 은행나무에 시선이 자꾸만 머뭅니다.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을 주워

    책갈피에 끼워 곱게 물든 

    은행잎을

    오랜동안 간직 하곤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한동안 청평사의 아름다움에 머물고는 소양호

    나루터로 향합니다.

    나루터로 이여지는 청평사 계곡에도

    가믐으로 물이 말라 시원스럽게 흐르던 폭포도 볼수 없었지만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길과

    상사뱀과 공주의 전설이 전해지는

    동상을 지나 나루터에

    도착 뱃길로

    소양땜 나루터로 향합니다.

     

    소양호에도 가믐으로 저수량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붉게 물들어가는 만추의 호숫가

    풍광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스쳐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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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사뱀과 공주의 전설

     

    원나라 순제의 딸인 공주는 대단한 미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가 아닌가 의심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녀를 한 번 본 젊은 사나이들은 울렁이는 가슴으로 연모의 정을 품지
    않을 수 없었으나 공주를 향해 연정을 싹틔울 수 없어 속앓이를 할 뿐이었다.

    그런 공주가 고려땅에 들어왔다.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던 공주는 이미 초췌한 얼굴이었고
    특별히 보좌하는 수행인도 없었다. 홀몸으로 이국의 경치를 구경하며
    떠도는 공주에게 접근하는 사람도 없었다.
    공주의 다리를 휘감고 있는 흉칙스런 뱀때문이었다.

    상사뱀. 여인을 너무 사랑해 상사병이 난 사람이 죽은 후 뱀으로 환생해
    그 사랑하던 여인의 몸에 착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는 뱀이다.
    그 뱀은 여인과 대화를 나누고 먹을 것을 얻어 먹는데 다른 사람의 접근은
    단호하게 물리치는 까탈을 부리기 일쑤였다.

    공주가 궁궐에 있을때,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은 한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은 말단의 공직자였는데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을 보는 것이 살아 있는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만큼 공주의 미모에 반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신분으로는 공주를 멀찌감치서 바라만 볼 수 있을 뿐
    접근은 생각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청년은 먼발치서 공주를 훔쳐 보느라 어지간한 일은 손에 잡히지도 않았고
    그런 날이 거듭 될수록 가슴에는 공주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요동칠 뿐이었다.
    어느날부터 청년은 자신이 공주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도저히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임을 비관하기 시작했다.

    "내 차라리 죽어 뱀이되어 공주를 가까이서 보고 싶구나."

    그날 청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궁궐에서 그 사연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독한 짝사랑에 홀로 속앓이를 하다가 목숨마저 버린 청년의 애절한 사연은
    단순한 자살 소동으로 묻히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얼마후 공주궁에서 난리가 났다.

    아침에 잠을 깬 공주는 다리 한쪽에 뭔가 차가운 것이 감겨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이불을 걷는 순간 기절을 하고 말았다. 뱀이었다. 상사뱀.
    공주의 다리를 휘휘감고 있는 뱀 한 마리. 널름거리는 혀바닥과 이리저리 허공에
    자맥질을 하는 머리. 누구도 공주의 몸에 손을 댈 수 없었다.
    칼을 들고 뱀을 죽이려 시도해 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자칫 공주가 다칠 수도 있었고 뱀은 공격을 가하려 하면 공주에게 더욱 밀착해왔다.

    "이 어찌된 노릇인가. 어여쁜 공주가 어쩌다 저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왕은 물론 온 궁궐의 사람들은 공주를 걱정하느라 다른 일은 할 수도 없었다.
    그러한 나날들은 차라리 고통이었다.
    공주는 자신의 미모로 인해 속을 끓이는 젊은이가 많고 다리에 붙은 상사뱀 역시
    그 젊은이 중의 한 사람임을 알게됐다. 상사뱀이 어느날 자신의 정체를 밝혔던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는 이제 네가 무섭지도 않고 징그럽지도 않다.
    이미 나와 너는 한 몸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가 몸이 붙은 채로 궁궐에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차라리 명산명승을 찾아 다니며 유람이나 하는게 좋겠다."

    공주는 부왕에게 간략한 편지글을 남기고 궁궐을 나왔다.
    그리고 중원 대륙의 명승들을 찾아 다니며 유람을 했다.
    공주의 소문은 나라안에 쫙 퍼져 있었고 가는 곳마다 공주는
    구경꾼들의 눈요기 거리가 되기도 했다.

    "안되겠구나.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야겠다."

    그렇게해서 공주는 고려를 택했다.
    배를 타고 고려에 들어 온 공주는 금강산이 천하절경이란 소문을 듣고 금강산을
    향해 가다가 청평사 경치 또한 일품이란 말을 듣고 경운산(오봉산의 옛 이름)으로
    발길을 돌렸다. 강을 건너 도착한 경운산은 과연 아름다왔다.

    그곳에 있는 절, 청평사는 옛날 중국의 영현(永賢) 스님이 찾아와 백암선원을 짓고
    수행을 하던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원나라 진종의 황후가 불경과 돈을 시주하고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며 황태자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는 곳이었다.

    그런 일화들을 생각하며 공주는 불현듯 부왕과 황후가 보고 싶기도 했고
    고국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솟아 오르기도 했다.
    허상에 불과한 미모로 인해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 또한 가슴을 아리게 했다.
    공주는 청평사 부처님에게 자신의 가련한 사연을 고하고 애욕으로 인한 고통을
    치유해 줄 것을 빌기로 했다.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힌 공주는 어느새 환희령을 넘어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며
    절에 이르렀다. 단아한 회전문 앞에서 공주는 도량을 향해 정성스레 절을 했다.

    그리고 절로 들어가려는 순간 다리에 붙은 상사뱀이 요동을 치며 절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지난 10여년간 나는 너를 핍박하거나 거스른 적이 없었다.
    너로인해 받는 고통도 달게 받아들였으며 너와 더불어 천하 절경을 유람하고 다녔다.
    어찌하여 절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느냐."
    "....."
    그러나 상사뱀은 다리를 옥죄며 몸부림칠 뿐이었다.
    공주는 도저히 걸음을 걸을 수가 없었다.

    "좋다. 나는 기어이 이 절에 들어가 부처님을 친견하고 싶으니
    너는 이 문 앞에서 기다리도록 하라."
    상사뱀은 공주의 다리에서 스르르 몸을 풀었다.
    10년동안 붙어 있던 뱀이 몸을 푸는 순간 공주는 날아갈 듯한 홀가분함을 느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한번도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뱀이 고분고분 몸을 풀고 나가다니.

    공주는 회전문 앞에 뱀이 또아리를 트는 모습을 보며 절로 들어갔다.
    뒷 산의 기암괴석들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단아한 건물들도 보기에 좋았지만
    앞으로 훤히 보이는 강줄기와 먼 산들이 그려내는 경치도 여간 시원스럽지 않았다.
    법당에 들어 정성스레 부처님께 절을 하고 자신의 처지를 부처님께 고하고
    이제 상사뱀으로 인한 고통을 끊어 달라고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고 나온 공주는 어느 요사채를 지나다가 열린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아무도 없는 방에는 비단과 여러 천들이 널려 있었다.
    가사불사를 하느라 가사를 짓는 모양이었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공주는 살며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비단을 집어들고 바느질을 시작했다.

    덕 높으신 스님들이 몸에 수하고 예불을 하는 가사를 짓는 공덕은
    일만겁의 중생고를 물리친다는 것을 공주는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궁궐을 나와 자연을 유람하는 떠돌이의 몸이 되었지만 일국의 공주로서
    갖춘 교양은 진주처럼 빛나는 것이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는 공주의 마음에는 오직 하나의 소망이
    솟아나고 있을 뿐이었다. 상사뱀과 결별을 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었다.

    정성을 다해 바느질을 하던 공주는 갑자기 회전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상사뱀이 생각났다.
    자신이 다시 돌아가지 않으면 그 뱀은 또 다른 원한을 품을 것이고
    그 원한은 자신은 물론 이 낯선 땅의 사람들에게도 해를 입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황급히 달려가보니 뱀은 여전히 회전문 앞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혀를 낼름거리며 왜 이리 늦게 왔느냐고 나무라는 뱀을 보며 공주는
    "자 이제 다시 내 몸으로 붙어라.

    어짜피 너와 나는 이승의 인연이 다하는 날까지
    한 몸이 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뱀 역시 당연한 소리란 듯이 스르르 또아리를 풀고 공주에게로 다가왔다.
    그런데 상사뱀이 공주의 다리를 휘감으려는 순간 "콰 - 광"하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순간 혼을 잃은 공주는 그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적막. 기절을 했던 공주가
    한 동안의 적막에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
    공주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금전의 벼락이 뱀을 새카맣게 태워버렷던 것이다.
    뱀은 공주의 발 아래서 숯덩이처럼 탄채 죽어 있었다.

    "아, 부처님. 저의 소원을 들어 주셨군요."

    원나라로 돌아간 공주는 기뻐하는 왕에게 고려의 청평사에서 있었던 일을
    아뢰었고 왕은 그 신기한 이야기, 부처님의 가피에 감복해 청평사에 탑을 조성하고
    그 안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도록 명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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